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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5-12-18 22:34:18, Hit : 5102, Vote :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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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을 정리하다가


책상을 정리하다가 한쪽에 구겨넣어진 신문을 발견했다.
한겨레 신문에 금요일마다 끼어져 오는'18.0(책,지성 섹션)'.
2005년 9월 9일 날짜인데, 거기에 실린 여행기가 맘에 들어서 버리지 않고 두었던 기억이 난다.
세달도 더 지나서 책상을 정리하면서 버리려고 보니, 그냥 버리기에는 그 문구들이 아까워 일단 내 홈페이지에라도 저장해 두려고 옮긴다.

"......
나는 그동안 항상 뭘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다. 목표를 이루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잠시고, 곧바로 더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래서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불과했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아서 가는 미래는 항상 저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은 과거와 미래를 천천히 연결함으로써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속도를 다투는 시간성에서 벗어남으로써 과거와 미래로부터 해방돼 무시간성 또는 초시간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

천년 만년을 흐르는 강물도 사실은 시간의 소산이다. 언젠가는 강줄기가 말라 사막이 되거나 물이 차고 넘쳐서 바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의 단위가 워낙 아득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면서 동시에 초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볼 단초를 제공한다. 저 강조차 영속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영속하는가. 영속하는 것이란 없는 것인가. 변한다는 것만은 영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속하는 게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래서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역설이 탄생하는 것이다. 역설은 규정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규정하려고 할때 만들어진다. 규정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우연히 우리는 지구라는 같은 우주선을 얻어 타고 매일 공짜로 우주여행을 한다. 태양을 도는 이 우주선의 궤적에 비교해보면 우주선 안에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은 16절지에 연필로 선을 긋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페달을 밟는다. 이 일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많은 거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퀴를 돌리면서 나는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다는 것을 더 진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오하이오 강변에서 이틀이나 머물렀다."


-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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