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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쯔 (2014-03-17 21:56:49, Hit : 2903, Vote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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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3,16, 오전 8시, 제주



2014, 3,16, 오전 8시, 제주

“ 숨은 셤샤?”

눈을 떠보니 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의 말씀으로는 내가 미동도 없이 같은 자세로 지금까지 자고 있었다고 했다.
하얀색 커튼너머로는 따사롭고 노오란 제주 햇살이 가득한 것 같았고, 그 기운이 얇은 커튼을 뚫고 엄마의 방안까지 기분 좋은 침범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갑작스런 일주일간의 휴가를 만들어 어제 밤늦게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왔고, 엄마, 아빠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잤다.
내가 제주에 내려오면 지내곤 하는 나의 방이 따로 있지만, 엄마는 자신의 침대 옆에 내 이부자리를 깔아 놓으셨었다. 보일러를 틀어놓으셨지만, 내 요위에 다시 한번 전기장판까지 깔아 놓으시고, 부드러운 거위털 이불과 적당히 딱딱한(나는 적당히 딱딱한 베개를 좋아한다.) 노란색 베개를 가져다 놓으셨었다.

그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잤다.

씻고 나왔더니, 엄마는 이미 아침식탁을 차려놓고 있었다.
젖은 머리를 한 나를 보시고 “머리 감았니?” 하신다.
“네” 했더니, “에구, 착하다” 하신다.

마흔 두 살 딸네미가 아침에 머리 감았다고 일흔 한 살 엄마한테 칭찬을 받고 있는 아침풍경.
이것이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제주의 우리 가족풍경이다.


아침식탁에 올라온 갈치조림은 아빠와 나 사이에 놓여있었다. 무우를 섞어서 고춧가루에 칼칼히 조려진 갈치조림이었는데, 접시 안에는 두개의 고깃덩이 밖에 없다. 음식을 할 때 항상 손이 크셨던 엄마를 생각하면, 이것은 분명 어제 먹다가 남은 것을 모두 내어 놓으신 것이 틀림없다.

나는 가시를 발라내어 엄마의 밥그릇 위에 갈치 살점을 올려드렸다. 엄마는 아빠와 나보고 한조각씩 먹으라고 멀찌감치 갈치조림 접시를 아빠와 나 사이에 두셨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엄마 또한 갈치를 좋아한다는 것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드린 갈치살을 잘 드시는가 싶더니, 두번째 올려드리는 순간 다시 손사래를 치신다.

“됐다. 네나 어서 먹으렴.”

이쯤 되면 딸도 한마디 한다.

“아빠, 나는 생선가시 발라서 살점만 내 밥위에 올려주는 남자랑 결혼할거예요. 그런 남자를 아직 못만나서 결혼 못했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그래 주신적 있어요?”

갈치조림을 혼자 맛있게 먹고 있던 아빠는 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깐 당황하신 것 같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시고 딸의 말에 반박을 하신다.

“ 원래 엄마는 가시 안발라도 되는 부분은 자기가 먹고, 아빠는 가시가 많은 부분을 준다. 아빠가 가시 발라줄 필요가 없어.”

“아니, 이 양반이. 윤희야. 솔직히 엄마가 가끔 그런적은 있지만, 정말 그런적은 어쩌다 한번인데, 늬네 아빠는 꼭 저런식으로 말한다.”

“아니, 당신이 정말 그랬었잖아. 지난번에도…….”

두분은 딸을 앞에 두고 그동안 서로 흉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딸에게 고자질 하듯이 쏟아내신다. 서로 자기의 편이 되어 달라는 제스츄어가 계속해서 양쪽에서 떨어지자 딸은 판결을 내릴때가 되었다.

“어쨌든 저는 남자가 가시를 발라주지 않으면 절대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딸의 말에 엄마가 한마디 더 보태신다.

"운동화끈도 묶어주는 남자한테 시집가라."



흠... 시집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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