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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쯔 (2009-05-23 02:49:15, Hit : 3769, Vote :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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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mizzk.com
Subject  
   이사, 고등학교 일기장, 비행기, 여행, 일, 술, 위로, 상식, 행복, 인도, 음악... 기타등등.



얼마전 이사를 했었다.
새로 이사를 간 집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걷보기에는 곧 철거를 해야할 듯한 다 쓰러져 가는 곳 같지만,
나는 그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때의 감정을 글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한줄 쓸 시간이 없이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지나갔다.
지금은 결국 이사한지 두달이 가까워 가는 시간이 되었고,
사실은 이사를 했던 날짜도 지금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어쨌든 글을 못쓰더라도 짬짬이 집정리는 시작이 되었다.
포장 이사 기사님들이 아무렇게나 책꽂이에 꽂아 주신 책들도
잠들기 전 몸이 피곤하지 않을때는 하나하나 다시 정리를 했었다.
그러다 고교시절 일기장이 발견되었고,
나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내 고교시절의 일기를 다시 읽게 되었다.
그때의 느낌도 이곳에 글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글 한줄 쓸 시간을 만들지 못했고,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역시 지금은 기억을 못한다.

다만,

어떤 내용을 쓰고 싶었는지는 다행히 기억이 난다.

'이사'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었다.

박정희 정권때 지어진 아파트.
사진동호회 회원들이나 출사나와 흑백필름으로 셔터를 눌러댈듯한 아파트.
6층이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인왕산 자락을 등진 최고의 입지에 떵떵 거렸겠지만,
지금은 그 사이에 지어진 고급 고층 아파트에 가려, 6층 꼭데기 옥상에 올라가도 인왕산 끝자락이 보일까 말까한 노쇄한 아파트.
이탈리아에 가면, 500년 600년 된 건물도 여전히 멋스럽게 흔히 볼수 있지만,
40여년밖에(?) 지나지 않은 이곳은 언제 철거될지 모를 운명을 가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그런 아파트에 이사온 것이 나는 좋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4층까지 운동삼아 걸어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운동하는것도 나쁘지 않고, 옥상은 간이 테이블을 하나 가져다 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삼겹살 구워 먹으면 환상일 것이고, 3교대로 근무하시는 경비원 할아버지들이 인사를 하면 너무나도 반갑게 같이 인사해주시는 것도 너무 정겹고...관리비 싸고.
이러저러 좋다는 얘기를 쓰고 싶었다.

'고등학교 일기장'에 대한 글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 고등학생시절 일기장은 하루 하루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매일매일 쓴 일기는 아니고, 어쩌다 한번씩 썼던 일기인데,
대부분 일기는 시험전날에 썼던가 보다.
내용은 "시험공부 해야 하는데, 집중은 안되고... 놀고 싶다. TV보고 싶다. 음악듣고 싶다....." 머 다 이런 내용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구절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밖이 훤히 내다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에, 책꽂이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 들어차 있고, 넓다란 방 한가운데는 피아노 한대와 여러가지 피아노 악보가 놓여있고... 그 공간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한마디로 공부하기 싫고, 피아노 치고, 책읽으면서 놀고(?) 싶다는 얘기다.

내가 고등학생시절에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를 잊고 있다가, 이사를 계기로 그 일기장을 다시 꺼내보면서 새삼 확인한 바였는데, 사실은 그러한 사고 방식이 지금의 미쯔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무언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것에 열중해 마무리 지어야 할때,
나는 꼭 다른게 하고 싶다.

꼭 바쁠때,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도 집중해서 듣고 싶고, 악기도 연주하고 싶고, 밤새 TV도 보고 싶다.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홈페이지에 글을 끄적거릴 상황이 아닌데.

내일 모래.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내일.
내일은 업무차 유럽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3주간은 한국을 비워야 하고, 그렇다면 그전에 처리해야 할일들은 산더미.
꼭 이럴때 다른게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아마 떠나기 전날 닥쳐서야 항상 그랬듯이 부랴부랴 밤새워 짐을 싸게 될것이고, 다급하게 공항으로 향하게 될 것이며, 며칠 못잔 잠을 비행기 안에서 자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은 너무 짧다며 투덜댈 것이다.

이것 봐라.
벌써 글로 남기고 싶었던 내 심상의 10분의 1도 다 쓰지 못했는데, 글은 주구장창 길어지고 있으며, 시간은 잘도 흘러흘러 간다. 비행기안에서 느끼는 나만의 시간에 대한 얘기는 아직 꺼내지도 못했다. 비행기 안의 얘기가 끝나면, '일'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술'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2009년 나의 최대의 화두 '상식'에 대한 이야기와 '행복', 그리고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인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아마 컴퓨터 앞에 24시간, 36시간, 48시간을 앉아 있어도 나는 다 못쓸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머리속에 무언가 떠오르면 그것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기계가 발명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역시 오늘도 하고 싶은 얘기 다 못쓰고, 접어야 겠다.
아직 항공권 프린트도 못했고, 설겆이 통에는 설겆이꺼리가 가득이며, 업무 답신메일을 보내야 할것은 수십통이고, 유럽업무일정 스케쥴도 하나도 정리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내 개인 홈페이지지만, 이렇게 성의 없이 글을 쓴적도 없는듯 하다. 누가 읽어보라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남기는 흔적들이 어느정도 맞춘법이나 문맥에는 맞았으면 하는 자기만족이 있는건데, 이렇게 앞뒤 보지도 않고 생각나는데로 막 써내려가다니

제목하고도 맞지 않잖아. 제목 왜 저렇게 지었어. 저걸 다 쓸수 있을거라 생각하다니.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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