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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6-24 17:11:55, Hit : 4566, Vote :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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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13] 된장과 함께 친구가 오다 - 몬트리올&퀘백시티


방송작가인 친구H가 휴가를 맞아 고추장, 된장 바라바리 한짐 싸들고 캐나다까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보스턴에서의 H언니, 밴쿠버에서의 M언니와 J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었는지 새삼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나 반가운 것이었다. 여행을 하고 있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던, 한국을 떠나 외국에 나와 있으면, 그렇게 사람이 그리운 법이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정겨운 내 친구가 그렇게도 그리운 법이었다. 역시 그 느낌을 잘 알고 있던 룸메이트 Y언니의 배려로 내 친구 H는 토론토에 머무는 동안 우리 방에서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친구가 왔으니, 맨날 공부만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캐나다까지 왔으니, 저기 록키까지는 멀어서 못 가더래도, 여기 토론토에서 2시간 거리밖에 안되는 나이아가라 폭포 정도는 데리고 가줘야 했다. 때는 또 단풍철. 나라의 국기에까지 그려진 게 캐나다 단풍잎인데, 그렇게 단풍이 유명한 나라에서 단풍놀이 한번 안 가본다는 것도 우스우니 알곤퀸 파크의 단풍잎 한 두개 정도는 주워서 책갈피에 꽂아 줘야 되겠고. 아... 그리고, 나 또한 몬트리올과 퀘백시티가 있는 캐나다 동부의 퀘백주 쪽은 아직 여행을 못해보지 않았던가. 이로써 여기저기 어학원 등록하면서 다시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었던 미쯔의 범생이 스케쥴은 한달 만에 모두 막을 내린다.  --;;;


친구와 둘이서 떠난다 라는 것. 물론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혼자 다녔던 여행과는 또 분명히 다를 것이었다. 여타 가이드 북이나 여행관련 서적을 보다 보면, 대부분의 책들이 여행은 혼자서 갈 것을 권한다. 여행의 묘미는 혼자서 떠나는데 있다는 건데.. 둘이서 하는 여행은 숙박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절약도 되고, 화장실 같은 곳을 갈 때도 누가 짐을 봐주니 편하기도 하다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하다보면 아무리 친한 친구였다고 해도 하루 24시간을 붙어 있으면, 평소에 몰랐던 친구의 일면을 알게 되고,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마음이 안 맞으면 옥신각신도 하게 되고..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에는 각자 다른 비행기로 귀국한다는 얘기들도 심심치 않다는 거였다.

내 경우엔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이, H는 대학시절 나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근 1년을 같이 살아보았고, 그 이후로 10년을 알고 지낸 오랜 친구였다. 성격 더럽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프.하.하.하. (H야 미안하다.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하도록 하자. :p) 좀더 정직하게 말하면 사실 성격이 어떻다기 보다는 '취향'이 좀 독특하다고 하는 게 맞겠는데. (이제 됐지? 친구야? ^^)

H의 여행의 최고 목적은 '쉬면서 쇼핑하기'이다. 여기서부터 나와 틀리다. 할튼 도대체가 뭘 보러 간다는 걸 귀찮아한다. 그래도 캐나다까지 그 비싼 비행기 값내고 왔으니, 유명하다는 거 몇 개 정도는 눈 도장이라도 찍자하고 여기저기 같이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뭐.. 별로 감동을 하지 않는다. -,.- 오죽하면 그때 찍은 사진을 1년도 넘은 지금에까지 아직 현상도 안하고 필름인 채 그대로란다. 대신 그녀는 토론토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갔던 곳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우리집에서 5분거리에 있던 쇼핑몰 '이튼센터'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에 H가 없다, 그러면 아침잠이 별로 없는 그녀는 그 아침부터 '이튼센터'에 가 있는 것이다. --;


어쨌든 그런 그녀와 나는 차를 렌트해서 일단 나이아가라와 알곤퀸 파크 두 곳을 각각 당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 길 찾는 실력에 운전까지 했냐고? 나 장롱면허다. 그럼 H가 운전했냐고? 그뇬은 나보다 더 오래된 장롱'녹색'면허다. 그럼 누가? 룸메이트 Y언니가 고맙게도 시간을 내서 기사역할을 자처해 주셨다. 그럼 무사히 다녀왔냐고? Y언니는 운전'을' 할 줄 알긴 했는데... 문제는 운전'만' 할 줄 알았다. (길치가 무슨 전염병도 아니고 T.T) 모든 길 안내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내가 지도 한 장에 의지하여 '언니, 좌화전, 언니, 우회전...' 하면서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가야 했다. 그 잘난 감각으로 말이다.

"언니, 좌회전! 언니, 우회전! 그렇지! 언니 여기서 쭉 달려! 오라이, 오라이~"

처음에야 제대로 갈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막상 해보니, '조수석에 앉아 길 안내 하기'라는 게 무슨 전자오락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쏠쏠한 재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틀에 걸쳐 주차 딱지 두 번으로 끝났으면, 그 엄청난 멤버 구성으로 봤을 때 너무나도 성공적인 자동차 여행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길치끼리라도 이렇게 힘을 합치니 세상에 못할 건 없었다.







몬트리올과 퀘백시티를 보기 위해 다시 일주일 여정의 짐을 꾸렸다. 이번엔 정말 H와 나 둘만의 여행이었으니, 교통수단은 당연히  렌트카 대신 심야버스!

토론토에서 심야버스에 오른지 8시간 반만에 도착한 캐나다 제 2의 도시 몬트리올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나에게는 동경의 도시 였었다. 언젠가 TV에서 보여주던 몬트리올의 생기 발랄한 모습, 거리의 화가들과 연주자들, 멋드러진 노천 카페와 인상적인 건물들. 너무나도 즐거워 보이는 표정의 사람들. 그때의 인상만으로 나는 사실 처음 캐나다로 올 때 당분간 영어공부를 할 도시로 토론토가 아닌 몬트리올을 염두에 두기도 했었던 것이다. 최초의 정착민이 프랑스인이었던 까닭에 인구의 70% 정도가 불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결국 나를 토론토로 돌아서게 만들었었지만.

우리가 몬트리올에 머무는 동안에는 별로 행운이 따르지 못하여 날씨가 내내 흐렸던 탓에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생기발랄한 거리의 모습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우울하리 만치 어두운 날씨에서도, 토론토에서와 똑같은 '이튼센터'가 있어서 H가 '반가워라' 하던 쌩까뜨린 거리, 화려하고 활기찬 크레센트 거리,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던 셰르브룩 거리, 2층으로 연결하는 외부 계단이 인상적인 프랑스풍 건물이 많은 쌩드니 거리, 그 거리거리들에서 느껴지는 몬트리올은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의 유럽에의 막연했던 동경의 느낌을 예고편처럼 달래주었다. 그렇게 같은 캐나다였지만, 프랑스문화권인 몬트리올은 또 다른 느낌으로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몬트리올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의 퀘백시티 역시 몬트리올처럼 프랑스 전통을 고수하는 퀘백주에 속해 있는 도시라 몬트리올에서의 그 그낌을 그대로 연장시킬 수가 있었다. 오히려 몬트리올보다 훨씬 작은 도시여서 그랬는지, 몬트리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그 고풍스러움으로, 퀘백시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렇게 캐나다 동부 퀘백주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토론토로 돌아왔다. '여행'이라는 것에 그렇게 큰 흥미가 없었던 H도 그간의 여행이 즐거웠는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밴쿠버에서 스탑오버를 하게 되면, 밴쿠버와 빅토리아 정도는 혼자 돌아보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전엔 생각도 해본적 없는 H였으므로 이러한 H의 결정은 정말로 고무적인 것이었고, 나 또한 그녀가 나와의 교집합을 하나 더 만들게 된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가웠다. 하긴 아무리 나를 보러 캐나다에 왔다지만, 나이아가라의 삼켜버릴 것 같은 폭포수며, 알곤퀸의 색색의 단풍이며,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바라보는 토론토의 아름다운 야경과, 몬트리올, 퀘백시티에서 보았던 고풍스러운 유럽의 이미지까지. 그저 스끼다시로 치부되기엔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광들인가.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어디가 가장 좋았어?"

H는 아무 고민도 없이 밝은 목소리로 바로 대답한다.

"이튼센터!"





h양
사진삭제를 요함~~  200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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