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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6-04 05:30:10, Hit : 4004, Vote :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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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10] 그녀의 이중생활 - 밴쿠버


드디어 이 캐나다 대륙횡단 여행의 종착지인 밴쿠버에 도착하였다.

밴쿠버는 무엇을 본다기 보단 지난 미국 보스턴에서 처럼 지인을 만난다는 목적이 더 큰 '회포의 장소'였으며, 고맙게도 그런 나의 지인이 무려 두명씩이나 나를 기다려 주고 있는 눈물나게 반가운 곳이었다.

록키에서의 1주일이 분명 멋지긴 하였으나, 내 옆에는 오직 그놈의 멋진 자연만이 있었을 뿐인지라, 나는 사실 다시 사람이 그리워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죽 옆에 사람이 없었으면, 록키에 서 있는 내 모습한번 찍어 보자고, 땅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를 내 스스로 찍었겠는가 말이다. T.T





근데, 말이다. 이게 또 지인이 '두명씩이나' 되다 보니, 매번 결코 가볍지 않은 숙박비에 벌벌 떨던 내가 이곳 밴쿠버에서는 이 두 곳의 눈물나게 고마운 공짜 숙소중 어디에 짐을 풀어야 할지를 '선택씩이나'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한명은 대학 1년 선배인 M언니였고, 다른 한명은 한때 모가수 팬클럽 활동을 욜심히 같이 했던(--;) 동지이자 귀여운 동생 J였다. 둘은 모두 밴쿠버에서 어학연수 중이 었는데, M언니는 신랑과 함께 1년간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4살박이 아들이랑 같이 온 가족이 영어연수를 위해 1년간 캐나다로 와 있는 상태였으며, J는 밴쿠버의 다운타운가에서 룸메이트 한명과 같이 자취를 하고 있었다. 미리 두명 모두에게 벤쿠버 도착하기 전부터 '나 이제 간다!' 하고 연락을 해두긴했지만, 에..또.. 그 '반응'이라는 것이.

M언니 : "잔말말고 짐은 우리집에서 풀고, 그 J라는 동생은 우리집에 있으면서 가끔 낮에 만나면 되겠네."

J동생 : "그 M언니가 산다는 동네는 다운타운에서 굉장히 먼데예요. 교통이 얼마나 불편한데요. 우리집은 다운타운이라니깐요. 빨리 오세요. 버스정류장으로 마중나갈께요."

였으니, 아! 이놈의 인기는 정말... ^^;;;;

그리하야, 두집 살린 차린 바람난 남정네 모냥, 두집을 바쁘게 오가며 두 여자의 '객지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나의 '밴쿠버 이중 생활'이 시작되었다.


M언니는 나를 아예 음식으로 배를 터뜨려 죽게 만들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사실 나는 그때 한국음식으로 배가 터질때까지 함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었지만, 내 소원이 이렇게나 빨리 이루어 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었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사치였고, 그나마 먹던 두끼 정도도 매번 빵쪼가리에 불과했던 나의 가난한 식탁은 이제 삼시 세끼 한요리 하는 M언니의 휘황찬란한 한식상으로 대체 되었으니, 나는 하루가 다르게 포동포동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 중의 압권은 단연 'M언니표 닭도리탕' 이었는데, 그 맛이란 것은 초 절정 환장 슈퍼 울트라 캡숑 판타스틱 이빠이 스고이 닭도리탕 데스네!!  아니, 이것으론 부족하다. 아! 정말 어디 세상 다 뒤집어 지는 현란한 미사어구가 더 없겠는가?


J는 내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J : "언니, 김치찌개 먹고 싶어요? 아님 된장찌개 먹고 싶어요?"
나 : "음. 글쎄, 둘다 좋은데....(뭘 먹을까. 고민. 고민) 정말 오랜만에 된장찌개 한번 먹어볼까?"
J : " "음, 언니.... 김치찌개 먹고 싶어요? 된장찌개 먹고 싶어요?"
나 : "어....(왜 또 물어보지? 불안. 불안) 된장찌개가 먹고 싶긴 한데.. 뭐. 김치찌개도 나쁘진 않고...."
J : "와! 언니, 정말 김치찌개 괜찮아요?"
나 : "어.어... 그럼 그럼... 김치찌개 괜찮지. 그거 먹자 --;"

J는 김치찌개 밖에 끓일 줄을 몰랐다. 켁! (도대체 왜 물어봤냐고.. --;) 그나마 만드는 모양새부터 좀 어설퍼 보이는 것이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켜보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김치찌개를 끓이는 내내 J는 나보고 다른거 하고 있으라고 하였다. 이것 저것 딴짓 좀 하다가 드디어 완성됐으니 먹자는 J의 말에 한수저 슬쩍 먹어봤더니... 오오, 이런 쓸데 없는 걱정을. 사실 왠간히 맛이 없더라도 김치만 들어갔으면, 나야 빵조가리 먹는 거에 비하면 진수성찬이었겠건만, 그 맛은 진심으로 충분히 칭찬해 줄만한 것이었다.

"우와! 맛있는데?"
"언니... 사실은.. T.T ... '어머니표 김치찌개'라고 인스턴트 나오는거 있어요. 얘기 안할려구 했는데..... T.T"

--;

위니펙에 이어 또다시 나의 두 번째 모성애가 몸부림치는 순간이었다. 공부한다고 낯선 외국땅에 와서는 없는 요리실력에 매번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웠을 J를 생각하니 가슴한켠이 '짜안~' 하는 것이 알싸하게 아파왔다. 무언가 맛난걸 사주고 싶었다. 그러고도 싶었던 것이 원래 마른 체형인 J는 객지 자취생활에 더 비쩍마르고 힘도 없어 보였다.

"J야, 우리 내일은 맛난거 사먹으러 가자! 언니가 맛있는거 사줄게. 뭐가 젤루 먹고 싶어?"
"음.. 언니 전 가끔 식욕이 없을 때, 햄버거 하나를 먹으면 기운이 나고, 입맛이 살아나요."

--;;

우째, 사스카툰에서도 그렇고, 젊은 것들은 고작 그놈의 햄버거인가! 어쨌든 다음날 나는 J에게 M머시기 햄버거를 사주었지만, 뭔가 더 맛있는 어떤 것을 직접 만들어주고도 싶었다.

"우리 맛난거 만들어 먹을까? 내가 기가 막히게 만들어 줄게!"
"아, 언니 그러면 제가 그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신세진 한국 오빠들 많은데, 그 오빠들도 초대하고 싶어엽!"

흠.... '오.빠.들...' 이라고? ...... 나이는 몇이나 됐을까. 잘 생겼을까? --;

나는 J와 그녀의 '오빠들'을 위해 태어나서 한번도 만들어본적 없는 요리 '닭도리탕'을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전에 M언니가 닭도리탕을 만들 때 만드는 법을 옆에서 눈여겨 봐둔게 있어서, J에게는 큰소리 떵떵 쳐 두었다. 기나긴 요리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8인분의 짝퉁 'M언니표 닭도리탕' 이 완성이 됐는데! 두근거리는 맘으로 숟가락으로 국물 맛을 조심스럽게 보니... 세상에....세상에 세상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첨으로 만들어 본 닭도리탕에서.....

엉엉엉. '닭도리탕' 맛이 난다. T.T
하느님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그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어느 날. 결혼한 오빠집에서 얹혀 살고 있는 미쯔. 커피 한잔이 땡겨, 오빠에게도 물어본다.

미쯔 : 프림은 넣어죠? 빼죠?
오빠 : .....(굉장히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빠 : 음, 프림 넣어죠. 아니, 아니. 빼자. 빼죠.
미쯔 : (커피를 타기 시작하며) 그냥 프림 넣자. 나도 그렇게 먹을거니까.
오빠 : (옆에 쓰러져 있음)

이때 갑자기 J가 생각이 났다. 나는 이제 비로소 그녀를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어차피 질문을 받는 입장에선 처음부터 선택의 권한이 없는 질문. 그러나 질문을 하는 입장에선 그래도 한번 물어보고 싶은.(궁금하니까) 물어봐 주고 싶은.(매너.예의.배려.어쩌고..) 설사 받아들일 수 없는 답변이 나오는 50%의 위험을 무릅쓰긴 하지만, 그러다 반대 50%의 확률로 질문자의 마음과 상대방의 대답이 일치해주면? 분위기 좋아지는 거지. 틀리면? 한사람 잠시 쓰러져 있어 주면 되고.



모닝피쉬
끝에 에필로그 정말 잼있네요..
나중에 여행기 책으로 엮으셔도 잼나겠어요. ^^
 2004/06/04   

mizz
한권 사주실래엽? ^^;  2004/06/14    

비가
ㅋㅋ.. 생각나요 ^^; 그때 사실 전 언니가 김치찌게라고 하실꺼라고,,, 89% 확신했었다는,, ㅋㅋ  200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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