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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9-20 04:09:29, Hit : 5296, Vote :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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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2] 땅만 보고 걷는 여자의 '고개들기' - 파리 ②


누군가는 파리에 가면 길거리에 개똥이 널렸으니, 발을 잘 살피고 조심해서 걸어다니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토론토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친구 죠시앤은 파리에 가게되면 절대 땅만 보고 걷지는 말라고 내게 얘기했었다. 그것은 파리를 잘 알고 있는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에게 파리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즐기는 방법 중 하나를 알려주느라 한 얘기였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나는 말 그대로 길을 걸을 때 내내 땅만 보고 걷는, 나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무의식의 버릇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그 기억도 안나는 누군가의 충고 보다는 죠시앤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개똥을 밟든 소똥을 밟든,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앞을 보고, 옆을 보고, 하늘도 보면서, 그렇게 온 가슴으로 파리를 느끼며 걸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개똥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하늘이 좀 수상하다 싶더니 이 파리라는 도시는 내가 시내구경을 나갔던 그 첫날부터 비를 뿌려버렸다. 그것은 맨처음으로 찾아갔던 에펠탑에 올라 파리 시내를 한눈에 확인한 후 다시 내려오는 순간부터였다. 이제 30여개의 세느강의 다리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손바닥을 펴서 비가 얼만큼 오는지 확인해 보았다. 어디를 어떻게 걸어다니든, 앞과 옆과 그리고 하늘을 보면서 그렇게 느리게 걸어보리라 라고 이미 결심했던 내게 '우산'이라는 것은 내 시야의 많은 부분 가려버리는 방해물이 될 것이 뻔했다. 나는 가방에서 우산대신 토론토에서 산 빨간 벙거지 모자를 꺼내어 쓰고는 고개를 꼿꼿이 세운채 오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알렉산드르 3세 다리로 향했다.

거리에는 서서히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빗물 고인 웅덩이에 발이 빠지지나 않을까 이를 확인하려 자꾸 아래로 숙여지는 본능적인 내 모가지와 '어딜봐. 땅 안보기로 했잖아. 얼른 고개 들어!'하고 의식적으로 다시 고개를 뻣뻣이 펴대는 내 이성이 다리까지 도착하는 내내 그 유치한 싸움을 반복하였다. 흐린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가장' 아름답다는 최상급 수식어에 대한 내 맹목적인 기대가 너무 컸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본능과 이성의 분주한 싸움 끝에 드디어 찾아간 알렉산드르 3세 다리는 내게 별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질 못했다. 남들이 그리도 아름답다는 그 다리가 내게는 이 비 속에서 오히려 을씨년스럽게만 느껴지자 나는 서둘러 다리를 건너 바로 프랑스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아네뜨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역사의 장소 꽁꼬드 광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에서 무언가 길다란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이 바로 프랑스인들이 이집트 룩소르에서 뽀려다가 꽁꼬드 광장에 심어 놨다는 오벨리스크가 분명하다는 확신이 서기 시작할 무렵, 빗발은 이제 한낮 벙거지 모자가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버거울 만큼 거세져 있었다. 느리게 걷겠다는 내 의지와는 달리 거세지는 비속에서 발걸음마저 점점 빨라져 버리고 있었다. 나는 결국 우산을 써야만 했으며, 야속한 내 파란 우산은 맑은 날엔 그보다 더 파랬을지 모를 파리의 하늘을 가려버리고 말았다.

이제 내 눈엔 우산 위의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우산 높이 밑의 나머지 세상을 보겠다고 한시도 땅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으니, 장님이 된 내 두발은 이미 여러차례 비웅덩이 속에 빠져 질퍽거리고 있었다. 훗. 갑자기 비에 쫄딱 젖은 내 자신이 좀 우스워 졌다. 이게 무슨 똥고집인가. 아니, 2002년 11월 6일의 파리의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누가 내게 시험이라도 치르게 할 것이며, 또 내가 땅을 몇번이나 내려다 보았는지 그 누가 일일이 세가며 다그치기라도 하겠느냔 말이다. 단지, '땅을 보고 걷지말자'라는 내 결심을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세시간이 되어 버리게 만든 이놈의 '비'녀석이 좀 야속할 뿐인것을. 어쨌든 이렇게 힘들게 나와의 약속을 지켜보려 바둥대는 것 보다야,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은 '거리 걷기' 보다는 어디 실내 박물관을 관람하는 편이 훨씬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아침에 애써 세워 놓은 오늘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마지막 날쯤 가려고 계획해 뒀던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해버렸다.

* * * * *

그렇게 나의 파리 여행은 유치한 고개 들기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파리라는 도시는 내가 머물렀던 5일 중 반나절 정도만 태양이 파리에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 주었고, 11월 유럽의 날씨가 보통 그렇듯이 내내 흐렸으며, 가끔은 비까지 내렸다. 사실 나는 그 날 이후로 파리에서 걸을 때 과연 내가 땅만 보고 걷는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거리를 거닐 때 고개를 드느냐 마느냐 하는 그런 생각들은 '혼자' 걷고 있을 때, 정 머리 속에 생각할 게 하나도 없을 때, 그럴 때 떠오르는 시간 죽이기 게임 같은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재미없는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인 민박집에서 머물렀던 덕택에 항상 내 옆에는 파리 여행의 동행자가 있었던 것이다. 신랑의 출장을 따라 같이 파리로 여행왔다는 난희 언니, 난희언니와 나와 함께 삼인조 '수다조'를 결성하여 우리보다 더 한 아줌마 수다 실력을 밤새 보여주던 청년 대진이, 프라하에 가면 쓰라고 버스티켓 한장을 수줍게 건네주던 현정,현미자매, 유레일패스까지 사서 유럽여행 왔다가 처음 간 도시 런던에서 민박집이 맘에 들어 거기서만 한달을 지내다가 유레일 패스는 한번 개시도 못해보고 이제 파리에서 아웃 한다던 괴짜 길한이까지....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 우울한 날씨의 파리에서 5일 내내 그 '고개 들기' 게임을 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혼자 그러고 돌아 다니는 것도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혼자인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보 여행자였으니까.

지금도 가끔 산책 겸 혼자 새벽에 동네 뒷산을 오를 때, 별 생각없는 머리속에서는 다시 이 '고개 들기' 싸움이 시작된다. 사람이 걷다가 땅을 볼 수도 있는 것일 텐데도, 문득 어느 순간에 내가 땅을 보고 걷고 있다고 느껴지면 죠시앤이 그때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은 어떤 것이며, 내가 본 것들은 또 무엇이었을까.


* * * * *





에펠타워의 낮(왼쪽)과 밤(오른쪽)




에펠타워에서 바라본 세느강과 파리시내 전경






파리 꽁꼬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왼쪽)과 원래의 자리인 이집트 룩소르의 나머지 오벨리스크(오른쪽). 오벨리스크가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오른쪽사진에서만 두개의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었겠지..... 꽁꼬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사진은 비가 오지 않은 다른 날에 찍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기위해 모여든 관광객들. 루브르 박물관안에서




베르사이유궁전의 유리의 방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몽마르뜨 언덕에서.(왼쪽) 그곳에서 그린 그린 나의 초상화와 이를 그린 아티스트(오른쪽). 근데... 저 사람 아티스트 맞는가? 초상화랑 내가 닮은 점이 어찌 모자 밖에 없는가. --; 아티스트들이 거의 철수하는 시간이라  너무 쫓기듯 그린 그림이라서 그런가? 아님 25유로를 달라는 걸 돈없다고 9유로 줬더니 저모양인가. 지금 기억으로 5분도 안되서 다 그려버린 그림. 9유로도 사실 많이 줬지.





노트르담 사원.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영화 '뽕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바로 그 뽕네프 다리이다. 이름만 보면 Pont(bridge) Neuf(New) 이지만, 새다리 라기 보단 헌다리라고 할수 있는 한참 오래된 다리다. 영화는 사실 저곳에서 찍은 게 아니라, 셋트를 만들어서 찍었다고 하지만, 영화의 광경과 거의 똑 같이 보인다. 남들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하지만, 내가 영화 '뽕네프의 연인들'을 너무 좋게 봐서 그런가. 다시 파리에 가게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1위가 바로 저 곳.



이성택
그건 나와 수영이가 했던 얘기인 듯 싶다. 가로등 마다 공원마다 개똥.
그래서, 파리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때는 에펠탑에 올랐을 때라고.
 2004/09/20   

mizz
힉. 그거 오빠가 해주신 얘기 였나엽? --;
제가 전신마취를 두번한 이후로는 슬쩍 스쳐 듣고 기록을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선
주어 동사가 잘 꽤 맞춰 지지 않는 거시.... --;;;;
근데, 파리 개똥 얘기는 그 이후로도 종종 다른 여행자들로 부터도 들었답니다.
인터넷 정보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얘기기도 하고. ^^;;;;;

지금 제주도 와 있어요. 넘 좋군요~
 2004/09/24    

오얏
다리건너편에 백화점 있자나요.. 거기 3층인가에 문구파는데.. 저 거기서 한참 시간 보냈어요.. 우..너무 이쁜공책이 많은거야..  2004/11/14   

진경
혼자임에 익숙하지 않다.... 음... 그래도 나모다 낫죠... 전 혼자 떠날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않았을테니까...
팀장님만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임돠 ^^
 2004/12/24   

INK
슬슬 .... 유럽을, 프랑스를 여행하고 싶은 충둥이 인다.

이를 어쪄.

네가 찍은 사진들, 엽서사진들 처럼 근사하다. 좀 퍼간다!

-인숙
 2005/08/06   

옥시겐
10년전에 다녀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노틀담사원" 이라고 해서 "사원=절" 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이 아니라 "성당"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절 과 성당 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다르잔아요

"노틀담사원"이 아니라 "노틀담성당"으로 표현해야 맞을듯 싶네요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놈들이 일제시대때 사원이라고 하여 지금도 사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연히 들렀는데 꼬뚜리를 잡고 탓 할려고 한게 아니라 그렇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4학년 8반이 썻습니다
 2006/05/04   

neuf
neuf는 아홉이라는 뜻입니당..제9교란 뜻이죵..
글고 그 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센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 때문입니당.
센강 주변 밤에 나가면 정말 아름다워요. 많은 연인들이 강가에 걸터앉아서(무섭지도 않은지..)
근데 개똥, 오줌 냄새 정말 많이 나요..거리엔 여기 저기 개똥 치운 자국하며.. --;;
그래도 정말 좋아요...파리에서 센강의 야경...넘 잊지 못하게쏘...
 2006/06/14   

리파아
대략 난감한 아티스트군요..ㅋㅋ  2006/07/10   

mizz
핫. 그 아티스트 뿐만이 아니라, 이 미쯔에게도 대략 난감한 상황이 왔네요. 잘못된 부분들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더 꼼꼼히 챙겨서 써야지. 아, 쪽팔려라. --; 여행이 저에게 분명 많은 것을 가르쳐 줬지만, 여행기를 쓰면서도 저는 계속해서 많은걸 배우게 되네요. ^^  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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