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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9-01 03:14:18, Hit : 4568, Vote :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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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3] 사진이 나에게 말을 걸다 - 런던, 요크, 체스터, 옥스퍼드



자고로 여행기라 하면, 여행을 하고 있는 그날 그날 기록하는 것이 가장 생생하게 그날의 느낌을 잘 표현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단순히 자신이 게을러서 그럴 수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홀로 여행이 아니라 누군가 일행이 옆에 있다라고 한다면, 혼자 조용히 그날의 여행일지를 기록하는 시간을 만드는 게 힘들 수가 있다. 그렇다면, 여행이 끝난 후에라도, 그 소중했던 순간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그날의 일들을 떠올리며 빨리 빨리 기록해 두는게 차선이겠다.

하지만! 만약, 그 '차선'의 기회조차 놓쳐 버렸을땐 어떻게 되느냐....... 어떻게 되긴, 지금 미쯔의 모습을 보라. --; 맨체스터, 리버풀 이후의 영국 여행이야기, 그러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든 발도장을 찍었던 체스터며, 요크며, 옥스퍼드며, 런던까지. 프랑스로 넘어가기 전의 그 영국 스토리들을 어떻게든 글로 남기고 싶은데, 문제는 남아 있는 그때의 기록이란 것은 거의 가계부 수준의 숫자 몇 개에 불과하며, 위에서 말한 '차선'의 칼을 뽑기에는 이미 영국을 다녀온지가 벌써 2년이 다되어 가 버리고 있다는 거다.  세계 제1의 관광도시라는 '런던'이 들으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할 얘기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단지 당시 찍어 두었던 60여장의 사진만이 내 머리속에 아슬아슬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영국에서의 기억을 끌어 올리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근데, 도대체 나는 왜 그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까.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좋아서 내 스스로 쓰기 시작한 여행기 인데, 나머지 영국 이야기를 건너 뛰고 바로 프랑스 얘기로 들어간다 한들 그 누가 그 사실을 알아챌 것이며, 설사 알아챈 이가 있다 한들 어느 대단한 애독자(?)가 '런던편을 빠뜨리다니 도저히 용서 할 수 없소. 당장 정리해서 채워 넣도록 하시오.'라며 나에게 화를 내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그냥 넘어가기엔 좀 껄끄러운 것이, 꼭 초등학교때 너무 졸려서 하루 일기 안쓰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가 밤새 이불속에서 눈감고 엉엉 울었던 그 심정이다. 그때도 결국엔 다시 일어나 일기를 쓰고 나서야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었으니, 아마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가 보다. 이놈의 성질을 고쳐야 세상을 살아나가는게 좀 더 편할 텐데... 어쨌든 아직 못고쳤으니, 사진 하나 하나 꺼내 보면서 그 '안간힘' 다시 한번 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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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에는 튜더 양식의 주택이 많다는데, 아마도 내가 거리를 거니는 내내 보았던 사진과 같은 회백색 벽에 목조가 노출된 형태의 뾰족지붕을 가진 아름다운 주택을 말하는 것일까. 그 이쁜 집들 사이로 그냥 걷고만 있어도 동화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 날이 또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의 밤이 었던 지라, 거리 곳곳에 할로윈 분장을 하고 초콜렛을 얻으러 돌아 다니는 영국의 꼬마아이들까지 보이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 나는 그냥 동화 속에 있는 거라고 믿기 시작해 버렸다.





몇십개의 단과 대학으로 이루어진 대학도시 '옥스퍼드'. St. Mery Church의 꼭데기에서 내려다 본 옥스퍼드의 모습은 중세의 화려한 자태를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듯 내 눈앞에 펼쳐지면서, 그저 '대학도시'의 단순한 이미지로만 그려냈던 내 빈약한 상상력을 보기좋게 흔들어 버렸다. 한명이 겨우 올라 갈수 있을 정도로 좁은 St. Mery Church의 계단으로 꼭데기까지 오른 나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한 그 환상의 전경. 그래서 그 누군가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옥스퍼드를 얘기했구나.. 했다.





옥스퍼드'에 왔다는 걸 기념하는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어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대학가 앞의 어느 가게에 'OXFORD'라고 적혀 있는 대학티셔츠를 배경으로 한컷. 쇼윈도우를 바라보며 찍는 옆모습의 사진을 좋아하다보니, 세계 각국의 쇼윈도우와 함께한 사진만으로도 전시회 한타임을 열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시회까진 아니더래도 시간되면 언제 세계 각국 쇼윈도우 특집을 한번?





맨체스터,요크,체스터,옥스퍼드에 까지 나를 이끌어 주신 맨체스터의 선배부부. 요리는 언니가 하고, 설거지는 오빠가 하고, 나는 ... 가끔 상이나 닦고.. ^^; 지금도 그때 언니가 만들어 주셨던 '양송이 치즈 오븐구이'를 잊지 못하는 미쯔가 거실에서 두분의 행복한 모습을 한컷.





드디어 런던에서 혼자가 되고. 이전까진 선배오빠차로 편하게 '관광'하고 다녔는데, 지금부터는 다시 본연의 배낭여행자의 자세로 돌아와서 걷거나, 지하철이거나다. 세계 각국이 지하철을 부르는 명칭도 가지가지 인데, 어떤 곳은 Subway, 어떤 곳은 Metro, 이곳 영국은 'Underground'이다.





'이거 영국 맞아?' 라는 의심이 들만큼 화창했던 런던에서의 어느날. 버킹엄 궁 앞에서 펼쳐지는 왕실근위병 교대식 한번  보겠다고 나처럼 몰려든 엄청난 관광객들. 내가 1998년에 나온 런던 관련 책자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높이 45cm의 유명한 갈색 곰털모피모자는 동물을 사랑하는 영국 국방장관의 결정에 따라 곧 인조모피로 바뀔 운명에 처해 졌다라는데.. 그렇다면 2002년 11월이었던 저 때는 곰털모피 였을까. 인조모피 였을까.





런던시내를 걸어다니다 발견한 반전시위 피켓들. 세계 각국의 언어들 사이로 한글이 보인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빅벤과 국회의사당. 가이드북 범생이 미쯔는(--;) 가이드 북에서 시키는 대로 템즈강에 이어진 웨스트민스터 다리의 중간쯤까지 가서 '사진을 찍으라'는 그 지점에 서서 정확히 사진을 찍는다. --; 구름이 좀 많이 껴서 그렇지 가이드북 사진하고 똑 같다. ^^;





런던에서의 둘째날 저녁. 그곳에서 유학중인 친구를 잠깐 만났다. 캄든 록 벼룩시장을 같이 다녀오고 나서 어느 Pub에 들어가 맥주나 한잔 할까하고 서성일 때, 근위병 교대식에서보다 더한 인파를 만났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날이 해리포터 2 시사회가 있는 날이라 했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건물(사진의 오른쪽)이 바로 그 시사회가 상영되고 있는 극장이라 했다. 극장앞에는 해리포터 2에 나오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자동차 셋트가 설치되어 있었고(사진의 왼쪽),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시사회가 끝나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나가 나온단다. 근처에는 접근도 못하게 멀찌감치 쳐져 있는 바리케이트 밖에서 나는 오매불망 헤르미온나를 기다렸다. 그 빼곡한 사람들틈에 끼어 1시간도 더 기다려서야 드디어 저 멀리 누군가가 나오는 것 같지만, 그게 헤르미온나인지 미달인지 전혀 분간할수도 없는 거리.--; 나이 서른에 내가 영국까지 와서 그 어린것(?)들을 기다리며 도대체 뭘하고 있는가 싶어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헤르미온나 얼굴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T.T) 사진이 너무 많이 흔들려 그냥 지워 버릴까 하다가 그러기엔 그때 기다린 1시간의 시간이 너무 아까우므로 남겨뒀던 그때의 유일한 사진.





런던까지와서 이거 안보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영제국의 전리품 전시장 '대영박물관'. 제대로 볼려면 1주일은 걸린다는 규모. 가장 유명한 '이집트관'과 '그리스관' 쯤 가면 여기저기서 '정말 도둑놈들이군' 하는 소리가 각국의 언어로 들린다는데... 한국말버젼은.... 안들리길래 내가 해주었다. "아~ 이~ 도둑놈들 같으니라구."





각종 공연이 벌어지는 코벤트 가든. 근처 테이크 아웃 식당에서 중국식 볶음국수를 사서 들고 나와 앉을곳을 찾는데,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고, 그나마 가까운 벤치에 앉아있는 젊은 청년은 등을 돌리고 있었고. 나혼자 국수 한입 먹고 박수치고, 국수 한입 먹고 박수치고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엔 그나마 등돌려 앉아있던 젊은 청년마저 사라지고, 음악이 끝나자 나혼자 있는 힘을 다해 박수를 쳐줬더니, 그 노래하던 여자가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하곤 다른 곳으로 갔다. 사실 그 여자는 '왜 여기서 노래를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를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주일에 두 세번쯤 들어 올린다는 개폐교 런던의 상징 '타워 브리지' 그 일주일에 두세번을 포착하지 못해 다리가 열리는 모습을 보는 행운은 안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야경도 멋있다고 했는데, 그것도 보지 못했네.





런던하면 또 뮤지컬 아니던가. 뉴욕에서도 뮤지컬 티켓을 반값에 파는 창구에서 줄만서다 결국은 줄서는 시간이 아까워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어 런던에선 꼭 한편 보고 말리라 했었다. 그래서 본게 '오페라의 유령'. 관람후 밖으로 나와서 그 극장의 야경을 한컷. 캐나다에서도 '맘마미아' '라이언 킹' 두 편의 뮤지컬을 봤었는데, 셋중에 어느게 가장 재밌었냐고 물으면 '라이언킹'을 꼽겠다. 그게..... 그나마 좀 들린다. --;


[The Phantome of The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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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하나 하나 새로 꺼내어 보니, 사진위에 희미하게만 스며 있던 기억들이 마치 금방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점점 선명해지면서 '우리 이랬었잖아.' 하며 또렷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꾸 무언가가 아쉽고, 그립고, 또 그립고, 아쉽고........

영국이란 나라.
아무래도 일주일은 너무 짧은게다.






오얏
와.. 옥스퍼드 좋았겠네요. 전 런던시내 3일가량 돌아다니다가 마지막날 윈저에서 에딘버러에 못간 욕구를 살짝 달래고 미술관 휙 돌구 얼렁 아웃했어요..살인적인 물가..ㅠㅠ 훔쳐온 역사들..ㅠㅠ  2004/11/14   

WRMJ
저두 지난달에 런던 다녀 왔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미쯔님 글 읽으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다음주에 이탈리아 가는데요,
사실, 싸이에서 타고 왔어요 ^^
 200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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