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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8-20 19:54:53, Hit : 4064, Vote :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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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2] 비틀즈를 아십니까? - 리버풀


나는 비틀즈를 잘 몰랐다. 그저 남들도 다 아는 'yesterday'나 'hey jude' 'let it be' 같은 노래들을 일부 흥얼 거릴수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영국의 어느 도시가 그들의 고향인지도 알 리 없었다. 내 나라 훌륭한 사람들의 고향들도 다 모르는 판에, 외국의 어느 한 밴드 멤버들의 고향을 좀 모르기로 서니 그게 무슨 그렇게나 흉 될 것이 있겠나! .....마는, 그래도 "음악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네,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는 세계에서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음악가라고 얘기하는 비틀즈의 고향을 몰랐다는 것이 사실 좀 챙피하긴 하다. --; 어쨌든 30년을 살아오면서 '비틀즈를 잘 모른다' 라는 것이 커다란 '실수'였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것은 리버풀에 도착해서였다.

리버풀이 어떤 도시인가. 그 영국의 항구도시를 내 발로 직접 밟았던 2002년 10월 31일의 아침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자면, 나에게 리버풀이란 "내 가이드북(당시 길치 미쯔가 일종의 신앙심을 가지고 받들어 모시던)에 단 한줄의 소개도 없는, 그렇기에 당연히 별 볼일 없으리라 생각되는, 머... 그저 그런 도시"였을 뿐이었다. 가이드 북에 나와 있지 않은 세상은 내가 가야할 세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이 가이드북에 대한 끔찍한 신앙심을 다행히도 버리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토론토에서 막 날아온 나를 위해 공항까지 마중 나와준 맨체스터의 반가운 선배부부였다.

"영국까지 왔으니 리버풀에서 비틀즈의 흔적쯤은 느껴봐야 하지 않겠어?"

라며, 말을 건네는 그들을 따라, 나는 그렇게 맨체스터 공항에다 내 유럽에서의 첫 발자욱을 남기자 마자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게 전혀 없었던지라, 선배 부부의 일방적인 안내로 밖에 진행 될 수 없었던 '비틀즈 투어'. 그랬기에 그 느낌 또한 '아 여기가 바로 거기구나'라기 보단 '여기가 그런 곳이라고?' 하는 호기심에 가까웠으며, 그 호기심의 정도는 한 곳 한 곳 그들의 흔적을 찾을 때마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그들이 데뷔했다는 전설적인 펍 '캐번 클럽', 그 클럽이 자리한 리버풀 사운드의 메카 '메튜 스트리트', 비틀즈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비틀즈 스토리', 그리고 그들의 노래에 등장하는 'Eleanor Rigby의 동상'까지. 귀국후에도 여전히 식지 않은 나의 그 호기심들이 현재까지도 열심히 비틀즈에 대한 공부(?)를 하게 만들고 있음을 전해들은 맨체스터의 선배가 하는 말이, 내가 그때 비틀즈의 노래를 조금만 더 알고 있었다면, Panny Lane(폴 메카트니의 고향이면서 그의 곡 Panny Lane에 나오는 바로 그곳)에도 데려다 줬을거라고 하니, 아우... 이걸.... 그냥..... 어떻게 900원짜리 전철타고 당장 갈수 있는 곳도 아니고... T.T 사실 Panny Lane 뿐이었겠는가. 'Strawberry Fields(존레논의 고향이면서 그의 곡 Strawberry Fields Forever에 나오는)'에는 내가 먼저 가보자고 설쳐 댔을 것이다. 아. 나는 왜 이제서야 비틀즈를 알게 되었는가. 배낭여행의 대 선배님이신 한비야님의 말처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인문학적인 공부를 좀 하는게 좋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꼭 그다지 자책만 할 필요는 없는 것이, 뒤늦게라도 여행 당시 잘 알지 못해 그저 궁금하게만 여겼던 것을 나중에 다시 천천히 찾아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기도 했다. 내게는 비틀즈가 그랬고, 요 근래의 예로는 불국사가 그랬다.


* * *

몇 달전 혼자 경주를 여행하고 온적이 있었다. 경주는 내 인생에서의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이전의 두 번은 중,고등학생 시절에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거라, 거의 기억에 남아 있는게 없었다. 원래 수학여행이라는 것이 다보탑, 석가탑을 보는 것 보다 여관방에서 친구들과 뒹굴거리며 노는게 더 기억에 남는게 아니던가. 대웅전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지금도 내 앨범에 끼워져 있어서 당시 불국사에도 갔었나 보다 하지, 사실 내 기억속의 불국사는 초점이 심하게 안맞아 피사체의 형체를 거의 알아볼수 없는 희미한 사진과도 같았다. 그래서 16년만에 다시 경주를 찾은 것이다. 그 16년간의 잃어버렸던 기억이라도 되찾으려는 듯, 나는 이번엔 불국사며 석굴암이며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 작정하고 둘러 보았다. 사진같이 찍자고 달려드는 친구녀석들도 없었고, 버스 떠날 시간 되었다고 서두르라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없었다. '이 정도면 됐어. 적어도 앞으로 16년간은 기억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나는 비로소 발길을 흐뭇하게 돌렸다.

그 흐뭇함이 나에 대한 한심함으로 변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서울로 돌아 온 후에야 뒤늦게 읽게된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편'이 그 예의 점잖은 말투로 나를 보란 듯이 조롱하고 있었다. 대웅전을 오르는 돌계단 소맷돌 측면의 살짝 공그른 곡선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랭이 법으로 자연석 위에 얹힌 장대석을 자연석 모양으로 따라 깎았다는 석축도 그냥 모르고 지나쳤었다. 연화교의 연꽃무늬 계단을 타고 내려가 보지도 않았다. 그가 꼭 보기를 권유했던 대부분을 나는 놓쳤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왜 이것을 보지 못했을까. 어머 이런 것도 있었네. 왜 못봤지? 아. 거기서 좀 더 갔었어야 했구나...'하는 자책과 아쉬움으로 한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읽어 내려갈 무렵, 갑자기 책을 읽다 말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이 먼저 였으면, 여행이 풍요로웠겠지만, 여행이 먼저이다 보니 그로 인해 이번엔 책읽기가 재밌고, 즐겁구나'

유홍준 선생님 글 맛이 원체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불국사를 보고 오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면, 나는 과연 지금처럼 재밌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 * *


어쨌든 그렇게 뒤늦은 책읽기가 즐거웠듯이 지금은 뒤늦은 음악듣기가 환장할 만큼 즐겁다. 혼자 였으면 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 리버풀에서 그 유명한 '비틀즈'의 자취가 서린 곳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다니. 불국사에서 그러했듯, 리버풀에서도 폴 메카트니의 Panny Lane도, 존 레논의 Strawberry Fields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무 생각없이 길을 가다가 재수좋게 돈을 주운 것처럼 우연히 횡재한 기분이다. 그것도 10원 100원짜리 동전이 아니라, 5000원 짜리 한 장과 만원짜리 지폐 쯤을 하나씩 각각 주웠나 보다. 5000원짜리 횡재수가 당시 리버풀의 발견이라면, 만원짜리 횡재수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비틀즈의 발견이다. 어떻게 겨우 만 오천원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 있냐고? 길가다 만 오천원 주워 본적이나 계신가?

지금 나는 2002년 10월 31일에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사진부터 찍어댔던 리버풀의 Eleanor Rigby 동상을 떠올리며, 요즘 내가 하루에 100번씩 듣고 있는 비틀즈의 곡 'Eleanor Rigby'를 98번째 듣고 있다.


Eleanor Rigby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Eleanor Rigby picks up the rice in the church where a wedding has been
Lives in a dream
Waits at the window, wearing the face that she keeps in a jar by the door
Who is it for?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Father McKenzie writing the words of a sermon that no one will hear
No one comes near.
Look at him working. Darning his socks in the night when there's nobody there
What does he care?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Eleanor Rigby died in the church and was buried along with her name
Nobody came
Father McKenzie wiping the dirt from his hands as he walks from the grave
No one was saved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뱀꼬리) 폴 메카트니랑 울 아부지랑 동갑이데. 존 레논은 울 아부지보다 두 살이나 많았두만?



리파아
비틀즈노래치고는 익숙치않은 멜로디지만...가사는 혼자여행하는 사람맘에 와닿았을 거란 생각이드네요~해석은 안되지만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이것만 해석되네요~ㅋ  2006/07/10   

오명열
옛날 생각나네.....결혼전 co-worker가 리버풀 출신강사여서 얘기 많이 듣곤 했는데(비틀즈에 대해...굉장한 프라이드가 있던데) 일 끝나면 맥주 한잔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곤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있을까?  200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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