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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4-07-12 03:46:11, Hit : 4478, Vote :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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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1] 20만원. 당신은 모험을 하시겠습니까? - 맨체스터 공항


내 유럽여행의 첫 번째 나라로써 '영국'이란 나라는 그리 특별할 게 없는 것이었지만, 그 첫도시가 남들 대부분 선택하는 '런던'이 아니라 별 볼거리가 없는 '맨체스터'였다는 것은 순전히 아는 선배부부가 그곳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보스턴, 캐나다의 밴쿠버에 이은 미쯔의 '안면깔고 빌붙음'여행의 3탄인 셈이다.

이제 나는 정말 배낭 하나만을 멘 채 대서양의 어느 하늘 위를 홀로 날아가고 있지만, 어쨌든 이 대서양을 가로지르고 나면 나타날 영국이란 섬나라의 맨체스터 공항에는 선배부부가 나를 마중 나와 있을 것이었으므로, 낯선 땅을 향해 홀로 가고 있다는 두려움 보단, 올만에 만날 반가운 사람들과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로 신이나..... 있어야 하는 것이 정황상 맞겠는데, 실상 나는 토론토에서 맨체스터까지 그 7,8시간동안의 비행시간 내내 내 앞에 닥칠 일들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상상해 하면서 그 긴장감에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벌써부터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험에서 승리한다면 나는 가뿐하게 선배부부의 환영을 받으며 영국 땅을 밟게 되겠지만, 일이 꼬이면 그 최악의 결과는 멘체스터 공항의 입국심사대에서 다시 토론토로 쫓겨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 이거... 내가 당시 경험했던 고민과 노력 등을 생각하면 정말 쉽게 말해주고 싶지 않은 정보이긴 한데... (좀 뻐기고. --;) 좋다. 이제 겨우 캐나다 이야기를 끝내고 유럽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는데, 상황은 다시 잠시 토론토로 돌아가야 겠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앞으로 나와 비슷한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겐 정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이므로 형광펜들 준비하시고. '밑줄 쫘악~!'

유럽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나는 토론토 시내의 여행사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광고 등 모든 매체를 뒤져서 맨체스터로 가는 가장 싼 티켓을 찾아 나섰었다. 그렇게 몇 날 몇 일을 뒤지고 다닌 성과로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30,40만원대의 편도 티켓들이 하나 둘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막상 예매를 하려는 순간, 문제는 발생했다. 모든 여행사가 내게 '편도' 티켓을 팔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편도 티켓을 팔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영국 공항에서의 입국심사시, 그들은 내게 '리턴 티켓'을 보여주라고 할 것이니, '편도' 티켓의 구입은 의미가 없을 거라고 했다. 내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리턴 티켓'이 없으면 최악의 경우 입국이 거부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인들이나 미국인, 케네디언들에겐 해당사항이 없으나, 나 같은 동양인은 유럽 내에서 불법으로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리턴티켓'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들은 그렇게 입국 거부된 중국인이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경우를 가끔 보아 왔다고 했다. 굳이 편도 티켓을 사겠다면 팔 수는 있지만, 입국가능성을 자기들이 장담해 줄 수는 없다는 거였다. 캐네디언 여행사에서도, 중국인 여행사에서도, 한국인 여행사에서도 모두 내게 같은 얘기들만을 들려줄 뿐이었다. 물론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방학이나 귀국전 남은 일정을 이용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그들은 그야말로 다녀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리턴티켓을 동반한 '왕복'티켓으로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올 필요가 없었고, 내 여정 상 돌아와서도 안 되는 거였다. 캐나다 한국 영사관에도 전화를 넣어보고, 영국에 있는 선배를 통해 영국의 한국 대사관에도 문의를 해보았지만, 그들 역시 내가 편도 티켓만으로 영국을 들어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제시해 주진 못했다. 아. 도대체 그럼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영국까지 편도 티켓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한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아니면, 있긴 있었지만 그 어떠한 여행사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단 말인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사방팔방 다 알아보았지만... 방법은 없었다. 정말 아까운 돈을 허공에 뿌리는 격이겠지만, 영국까지 갔다가 입국거부 당해 캐나다로 돌아온다는 상황은 이미 캐나다를 떠나자고 결심하고 모든 것을 정리한 내겐 사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에, 편도티켓보다 20만원정도 더 비싼 왕복 티켓을 끊는 방법만이 가장 안전하게 영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왕복티켓이 가장 싼 여행사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내가 유레일 패스를 구입했었고, 티켓 문의로 몇 번 찾아간 적 있는 모 한국인 여행사가 그 시점에서는 토론토-맨체스터 구간의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여행사의 주인 아저씨는 코리아타운 내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무뚝뚝함의 극치로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는 꽤 유명한 분이었는데, 장사를 하려는지 말려는지, 모든 대답은 단답형이었고, 항상 무표정한 얼굴에 말투도 삭막하기가 그지없는 분이었다. 그래서 두 번 다신 그 여행사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20만원을 그냥 허공에 뿌리게 된 나는 마지막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기에 가장 싼 티켓을 가지고 있는 그 여행사를 포기할 순 없었다.

"저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맨날 편도티켓 물어보던 사람인데요. 10월 31일 날짜 맨체스터 행.... 왕복 티켓 끊어주세요"

그 여행사의 주인 아저씨는 내 얼굴을 기억하는지 어떤지도 모를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쓰윽 올려다 보고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다시 정보를 검색한다.

"돌아오는 것은 몇일 날짜로 해드릴까요?"

정말 싹막한 말투다.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거니까, 아무날짜나 입력해주세요."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힘없는 내 대답에 그 무표정 아저씨가 자료를 검색하다 말고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한참을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저 표정은 '뭔가 방법이 정말 없을까?' 하는 표정이 아니겠는가. 아저씨의 그 표정에 갑자기 용기가 생긴 나는 다시한번 자세를 고쳐 잡고 아저씨께 의논을 구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근데 말예요. 꼭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리턴티켓이 아니라도, 영국을 빠져나가는 티켓만 있으면 입국이 허가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유럽은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어차피 유럽내에선 영국 다음은 프랑스로 갈꺼니까 그 티켓을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미리 끊어 놓는 거죠. 될꺼 같지 않나요? 어차피 입국심사대에선 내가 영국에서 장기 체류하지 않을거라는 것만 확인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프랑스 입국심사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역시 싹막한 말투가 내게 돌아왔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 더 타당성을 따져보자고 덤볐던 나도 지지않고 다시 물고 늘어졌다.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은 없지만..... 제겐 유레일 패스가 있잖아요! 프랑스에 장기 체류 하려는 사람이 왜 이 비싼 유레일 패스를 소지하고 있겠냐구요. 그들도 제가 다른 나라로 곧 떠날 여행자라는 걸 믿어주지 않을까요?"

"...."

무표정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고 물끄러미 내 얼굴만 쳐다보셨다. 그 표정은 '너 거기서도 지금처럼 그렇게 설명할수 있겠어? 영어로?' 하고 묻는 것 같기도 했다. --; 사실, 물어보는 나도 우습다. 도대체 그 아저씨한테 무슨 대답을 듣겠다고, 설사 아저씨가 '믿어줍니다'하고 대답했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끝나는 얘기가 아니지 않는가? 칼자루는 이 여행사 아저씨가 아니라 영국의 입국심사대가 쥐고 있는 것이니까.

"그냥... 왕복티켓 끊어주세요."

나는 다시 포기하고 힘없이 말했다.

"....... 한번 해볼래요? 장담은 못하겠지만, 꼭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이는군요."

"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무표정 아저씨가 내 말이 그리 무모한 도전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다시 힘이 솟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 인터넷으로 알고 계시는 여행사 사이트에서 빠리행 티켓을 예약 하시고, 그 예약 확인 페이지를 프린터로 뽑읍시다. 대신 입국심사대에선 이 예약확인페이지 보여주면서 아까 내게 했던 것처럼 잘 설명하셔야 되요."

갑자기 그 불친절하게만 느꼈던 무표정 아저씨가 너무나도 고맙고 친절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입국심사대의 허락을 받은것도 아닌데, 일단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니 한번 모험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 모험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영국 입국심사대의 그들도 외국인의 '불법 장기체류'를 막기 위한 것이고, 나또한 전혀 그럴생각이 없는 순수한 여행자이므로, 내 진심만 제대로 입국심사대에서 표현 할수 있다면, 내 인상이 그리 험악한 사기꾼처럼 보이지 않는 이상에야 승산 없는 게임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20만원 아끼자고 나는 유럽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입국거부의 위험을 무릅쓴 엄청난 모험을 걸고 있지만, 이런게 또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너무 안전하고 순탄하기만 한 길로 돌아서 간다면 그건 또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사실 20만원이라는 돈도 그냥 허공에 뿌리기에는 나에게 그리 작은 돈이 아니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편도티켓으로 맨체스터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맨체스터에 도착하기 전까지 기내에서 틀어주는 비디오나 보고 잠이나 편하게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 얘기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음, 이 여행기가 좀더 재미있어 질려면 내가 입국거부를 당하는 게 좋았을 텐데...... ^^ . 6개월간의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처음 한국을 떠나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토론토로 갈아타는 비행기를 놓쳤을 때, 하숙집 아줌마에게 좀 늦게 도착한다는 전화를 걸어놓고 지금 시간이 몇 시 몇 분인지도 제대로 표현 못하던 내가, 이번엔 그렇게도 까다롭게 질문을 해대던 그 영국의 입국심사대에서 리턴티켓 대신 런던발 빠리행 티켓예매 페이지 한 장을 펼쳐 놓고 내 상황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영어로 설명해 낼 수 있었단 얘기다. 물론 여기서 "이봐들, 왜 그리 귀찮게 질문이 많아. 뭐 문제 있어?" 라는 식의 당당 뻔뻔한 표정연기 살짜쿵 곁들이는 것. 이것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잠시후, 내 여권의 한 페이지에는 '31 OCT 2002 MANCHESTER'라고 쓰여진 도장이 찍혔다. 순간 나는 캐나다의 모든 여행사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나, 지금 영국땅 밟는다고. 캐나다에서 날아온 한국인이 편도티켓으로도 이렇게 문제없이 영국땅을 밟는다고.




[미쯔의 여행정보 하나]

내가 런던발 빠리행 티켓을 예매했던 인터넷 사이트는 이지젯(easyjet.com)이다. 유럽 지역의 대도시들을 혁신적인 염가로 운항하는데, 언제 예약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비행편도 가격이 천차만별 틀려진다. 나는 그때 세금까지 포함하여 우리돈 4만원 정도에 티켓을 끊었는데, 4만원이면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티켓값 보다도 싼 정말 획기적인 가격이다. 대신 기내식이나 신문등의  기내 서비스는 모두 유료다. 유료면 어떤가. 런던에서 빠리까지는 1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1시간 굶는게 어렵지 않다면, 나처럼 돈 없는 사람은 기내식이야 이용안하면 그만이다.



리파아
멋지네요!^^b  200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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