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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zz (2003-12-23 09:24:34, Hit : 4962, Vote :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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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6] 듀오명. 어리버리 시스터즈 - 위니펙


[지난 1편에서 9편까지의 줄거리]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어느날.
서른살 미쯔는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한다.
막상 해외로 오랜시간 여행하려고 보니, 꼴리는 영어실력이 아무래도 부담이 되어, 일단 어학연수겸 캐나다 토론토로 가보기로 하는데...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삶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며 영어 공부를 해 나간지 3개월이 되가던 무렵. 다시 조금씩 무료해지는 일상.
이를 탈출하기 위해 미쯔는 일주일간의 미국여행과 3주간의 캐나다 횡단여행을 계획하게 되고...
여행자체만을 계획했을뿐, 아무준비도 없이 떠난 미국여행에서 여행중 일어날수 있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그 짧은 일주일만에 다 겪은 후, 알수없는 딴세상을 탈출하듯 다시 올라탄 캐나다행 버스안에서 미쯔에게 남겨진 것은.... 뼈속깊은 외로움....

...............................................



[캐나다6] 듀오명. 어리버리 시스터즈 - 위니펙


다시.... 토론토로 돌아왔다.

미국여행을 마치면 다음날 바로 다시 떠나리 라던 '캐나다 횡단 여행'은 포기하고 싶었다.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며칠간 아무생각 없이 잠이나 잤으면 싶었다. 끊임없는 잠만이 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외로움의 골을 잊게 해 줄 것 같았다. 미국 가기 전에 예매해 버렸던 비행기 티켓만 없었다면.....

음... 예매했더래도, 그 토론토 발 위니펙 행 비행기 티켓이 토론토로 컴백한 바로 다음날짜 것만 아니었다면............

머.....그게 다음날짜 꺼라고 해도 '환불'만 돼는 티켓이었다면! 덴당.--;
마음이 그렇게도 외로움에 쩔어 있었으나, 비행기 티켓 값 16만원 앞에서는 그 처절한 외로움도 무릎을 꿇고야 말았으니.... 아..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바로 장면 바뀌고) 다음날 위니펙 행 비행기에 얌전히 앉아있는 미쯔. (외롭긴 개뿔이 외로워? --;)


캐나다 횡단 여행인 경우,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장거리 버스다. 그러나,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좁은 버스의자에 몸을 구겨넣고 토론토에서 위니펙까지 장장 31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중간에 쉬어갈만한 마음에 드는 도시는 없었다) 워싱턴에서의 70불짜리 호텔에 이은 미쯔의 럭셔리 여행 제 2탄 '위니펙까지는 비행기로 이동'을 선택했는데, 후에 미쯔는 캐나다 횡단 여행 중에 만났던 새파랗게 젊은(?) 이십대 배낭여행자들로부터 "비이~행기? 누나가 그러고도 배낭여행자야?"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는 전설이..... (나.. 그때 서른 살이었다고... 나도 그때 스물 아홉만 됐어도 위니펙까지 두발로 뛰어 가따고... --; )








가이드북을 보며 찾아간 위니펙의 한 유스호스텔. 친절한 스텝의 안내로 한 도미토리 방 침대 하나를 배정 받은 후 여장을 풀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Excuse me! Where are you from?"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대편 침대 앞에 왠 앳되 보이는 한 동양 여자애가 허리를 구부려 두 손으로 배낭 안을 휘젓고 있던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I'm Korean."

나의 대답에 그 여자애가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저두 한국 사람이예요!"

그녀는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캐나다로 와서 서부쪽에 위치한 록키 최대의 도시 '밴프'의 한 한국식당에서 9개월간 악착같이 일하다가, 그동안의 고생을 스스로에게 다시 보상한다는 일종의 '자기 포상 여행'을 계획했으며, 나와는 반대로 캐나다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여행을 막 시작한 참이라 했다. 그 첫 여행지로 그녀는 중간에 위치한 많은 도시를 건너뛰고 위니펙을 선택했으며, 앞으로 토론토도 가고 나이아가라도 가고, 뉴욕도 갈꺼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정반대의 방향에서 비슷한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 첫 여행지를 위니펙이란 같은 도시를 선택했다는 묘한 인연으로 만난 셈이었다. 단지 틀린게 있다면, 쌩쌩한 20대 초중반의 그녀는 밴프에서 위니펙까지 24시간을 쉬지 않고 버스로 달려왔으며, 꺾어진 60의 서른살 미쯔는 토론토에서 위니펙까지 비행기로 2시간 반만에 쐈다는... --;

그날 저녁 유스호스텔의 옥상에서는 바베큐 파티가 있었다. 아주 거하고 화려한 파티는 아니었지만, 바비큐 그릴에 구워 나오는 고기를 얹은 햄버거, 삶은 옥수수, 으깬 감자 샐러드, 구워나온 고소한 마쉬 맬로우, 수박, 메론, 딸기, 각종 음료수 등이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참가비는 파격적이게도 우리돈 3000원 정도! 그야말로 배고픈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유스호스텔 측의 어쩌다 한번 있는 특별 기획 코너였는데, 운좋게도 우리가 위니펙에 도착한 그날이 바로 그날이었던 것이다. 위니펙까지 오는 비행기안에서 기내식을 먹은 탓에 나는 조금씩 맛보는 것 정도로만 그쳤지만, 여행중 그런 파티에 참석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재미'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한데 섞여 즐거운 바비큐파티를 즐긴 후,  유스호스텔 근처를 간단히 산책하는 것으로 그날 하루를 뿌듯~하게 마감하였다.



다음날.

밴프소녀와 나는 위니펙 시내를 돌며 같이 볼거리들을 보러 다니자고 아침 일찍 유스호스텔을 나왔다. 이제 가이드북을 보며 여기저기 가야하는데.............

크으으으으으~헉!

나는.... 나보다 더 길 못찾는 길치를 1973년 11월 9일 이후로 캐나다 위니펙까지 와서 처음 본 것이다. 그 이름하여 '밴프소녀'.  아... 나는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이제 식구하나 딸린 가장의 심정이 되었다. 일순간 내 안 깊은 곳에서 정체모를 모성애 비스무리 한것이 스윽~ 일어나면서, 이 두 식구, 이제 내 힘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결연히 지도를 펼쳐들었다.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 동그랗게 뜬 밴프소녀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다음과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언니, 정말 길 잘 찾네요!!!"
"--;"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정말 언제 길치였는가를 잊어버렸다. 밴프소녀의 열광적인 응원에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사람 마냥, 가이드북만 보고도 적시 적소를 무진장 제대로 잘 찾아나가는 미쯔! 그것도 가격대비 최단거리 교통수단 다 고려해가며 그 빌어먹고 말아먹을 '길 찾아가기'의 질적인 승리까지 장엄하게 이끌어 내고 있었다. --V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밴프소녀는 내가 왠만하면 제끼고 싶었던 위니펙의 조그만 박물관까지 모두 가고 싶어했다. 나야 그전에 토론토, 보스턴, 뉴욕, 워싱턴에 있는 세계 몇대 어쩌고에 든다는 유수의 대형박물관들을 대부분 다녀온터라, 위니펙에 자리잡은 소규모 박물관쯤은 내겐 그리 흥미로운 요소가 아니었으나, 밴프소녀는 그 조그만 박물관의 전시물 하나하나를 무진장 신기한 눈으로 관람하며, 나에게 길 잘 찾는 다고 감탄했던 그 감성으로 '어머, 어머, 이것좀봐....' 하며 역시 비슷한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그녀가 내게 '길 잘 찾는다'라고 했던 그 칭찬을 과연 기뻐해야 했었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고.... 쩝. 그녀는 박물관을 그렇게 신기한 눈을 하고 구경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구경했다. --;

미국에서의 거대함과 그와 맞물린 삭막함이 나를 너무 짓눌러서였을까, 아니면, 외로웠던 내 여행길에 잠깐이지만 귀여운 동행자가 생겨서 였을까, 밝고 아담한 도시 위니펙이 너무나도 포근하게 느껴졌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캐나다 제 7의 도시를 우리는 깔깔거리며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고, 어느새 미쯔는 자신도 모르게 쬐그만 거 하나에도 밴프소녀와 듀엣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어머, 어머, 이것좀 봐...." "어머머머......" "어머머머머머머........" ........

















[뒷얘기]
뉴욕까지 간다던 밴프소녀. 미국 가이드북도 없두만. --;
(미쯔도 이길수 없었던 그 배째라 정신에 경배를!)
그때 뉴욕까지 잘 갔었기를.... ^^




김배지
한참을 모니터 부여잡고 웃었다는 ㅡ_ㅡ;; 하지만 곧 저도 그렇게 되고 말꺼라는 불안감이 밀려오는건;; 왜인지;; 으어어어어 하지만 너무 재미나요`~!!+ㅁ+  2003/12/23   

두키
워싱턴을 허무함을 극복하고 이번건 재밌었어. 사진과 그림두 맘에들구. 지도 언니가 직접 그린것임??  2003/12/27   

mizz
배지님. 불안해 하시지 말고, 빨리 이 어리버리 족으로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글이 간접적으로 재미있으시다면, 배지님이 직접 겪는건 얼마나 재밌겠습니까. ^^  2003/12/28    

mizz
두키야. 이 지구상에는 내가 여행한 여행경로를 내 대신 그려줄 사람이 없다.  2003/12/28    

umzie
ㅎㅎㅎ 한참웃었어여... 나도 길치긴 한데...희가장님이 나보다 더 길치일까? 내심 궁금해짐...-_-;
전에 주승언니와 길을 찾을때 내가 한수 위였다는.....
 20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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